​대화가 살아있는 영화들

영화를 고르는 취향이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영상미로 영화를 고르는 사람도, 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영화의 흐름, 배우들의 연기력, 액션이나 로맨틱같은 장르까지. 다양한 영화들 속에서 등장하는 대사들은 때때로 진행을 위해 사용되기도 하고 괸객의 반응을 의식하며 던져지기도 한다.

그러다 한번쯤 ​빠르게 흘러가는 전개들을 따라가며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다 정작 인물들간의 대화는 어떤 소모품이 되는 것 같을 때. 정말로 마음이 오가는 대화소리가 문득 그리울때 보면 좋을 , 다른 무엇보다 말소리에 집중하게되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2016)

이 영화가 처음 세상에 나왔던 때가 기억난다. 한국여자들이 한번쯤 배경화면으로 저장해놨을 패션아이콘이었던 김민희가 커리어의 정점에서 윤리적 잣대위에 서버리고, 당당한 그들은 용서를 빌기보다 도발적인 영화를 세상에 내놨다. '불쾌했다; 라던가, '개인적 변명'이라는 평을 받던 이 영화를 찾아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않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김민희는 이 영화로 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이라는 커리어하이의 정점을 찍어버렸다.

한국영화감독들 중 가장 호불호가 많이 갈릴듯한 홍상수의 영화세계의 전환점으로 꼽히곤 하는 이 영화는 우리가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던 모든 것들을 보여준다. 영화 속 영희(김민희)가 그것에 대응하는 방식과, 말하는 방식은 무엇이라 규정짓기 어려운 사랑에 대해 날카롭게 이야기하고. 인간 김민희가 궁금해서 꺼내보지만 이내 나에게로 질문하게 하는 신기한 영화다. 추천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아주 날카롭고 깊은 대화가 그리워질때에 보기 좋은 영화.

​시 (2010)

이창동 영화를 꺼내는 날이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만 할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항상 사람을 감정의 끝까지 끌고 내려가는 것 같달까, 그의 몇 안되는 영화들을 모두 섭렵하기가 어려운 건 이러한 이유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그의 초기작 초록물고기(1997)이나 박하사탕(1999)을 보면 한 사람이란 그저 서사 속에서 종이인형 마냥 희생되고 부서지는듯해 보이기까지 한다. '시'는 그것과 달리 한 인물을 따라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아주 어둡고 무력하리만큼 닥쳐오는 상황 속에서 저항하는 빛이란 ,

​시와 같은 인물이 삶을 살아내면서 만들어내는 대화에 대해서. 

​더 테이블(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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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카페에 혼자 앉아있다보면 옆 테이블의 대화를 스쳐듣곤한다. 몇 분 안되는 시간으로 모든 것을 유추할 수는 없겠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의 관계를 가장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어쩌면 바로 옆의 타인일지도, 이런 관점에서 더 테이블은 두 명씩, 4번의 대화를 강제로 엿듣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목소리만 들을 때는 알 수 없던 미묘한 눈의 움직임, 표정, 손짓 하나하나까지. 

이렇게 배우들의 연기 하나에만 모든 감각을 집중해본 적이 있었는지, 또 누군가와 실제로 대화할 때 이렇게 그 사람에게 귀기울여본적이 있었던지. 언뜻보면 짜치는 듯한 한 문장으로 요약될법한 상황을 저마다의 결이 보이게 만들어준 장면들은 판단은 유보하고 그저 한 사람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2021/APR/04/EDITOR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