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e imhof

​어둠과 빛, 경계와 광기 사이

길게 늘여트린 머리, 너무 말라 성별조차 구분이 되지않는 몸, 아무것도 응시하지 않는 듯한 퀭한 눈. 이것들은 모두 독일출신의 현대미술가 ANNE IMHOF의 상징이다. 음울함을 넘어서 음산한 분위기 속에 독특한 음악, 눈을 사로잡는 퍼포먼스작업을 만드는 그녀는 버버리의 후원을 받고 광고영상을 직접 작업하기도 하는등 패션계에서도 미술계에서도 화제가 되는 인물.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에게 황금사자상을 안겨주었던 FAUST, 영국의 테이트모던에서 진행되었던 SEX, 최근에는 파리의 PALAIS DE TOKYO에서의 Natures Mortes까지 모든 퍼포먼스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독특하다. 무엇을 위해, 어떤 생각으로 독일에서 태어난 소녀는 사람들에게 횃불을 들고 전시장을 걷게하고, 키보다 큰 펜스위에 올라가게하고, 당나귀를 화이트큐브안으로 데려오게되었을까?

 Aqua Leo(2013)

사진만 보아도 무언가 많이 이상한 장면. 웬 당나귀가 들어와있고, 진지한 표정의 사람들과 에너지캔이 함께한다. 에너지캔을 따는 소리가 들리고, 약간의 노랫소리와 함께 무언가 단어들이 들려온다. 당나귀가 움직일때 마다 사람들은 선 안으로 들어왔다가 나가곤한다. 저 사람들에게 당나귀란 무슨 의미이길래? 당시 ANNE 는 인터뷰에서 한 공동체안에서의 암묵적 합의, 무언가가 전달되는 과정에 관심이 많았다고 전한다. 그녀의 바로 전작업을 보면 비슷한 형태의 배경에 사람들이 회색바통을 전달해주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것이 아주 중요한 일인듯이. 관람자인 우리가 그 물건이 어떤 의미인지 알수없듯 당나귀또한 그렇다. 저들에게는 인도에서의 소처럼 중요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정보하나 던져주지않지만 어딘가 이상한 장면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추측하고 관찰하게 만든다.

FAUST (2017)

수많은 인파가 한 건물안으로 모여들게 만들었던,그녀에게 유명세를 가져다준 작품. 새롭게 개관한 비엔날레의 독일관 건물에서부터 발상을 시작한 이 작품은 정말 작업물 곳곳에 퍼포머들을 배치시킨다. 유리로 만들어진 바닥 밑에 사람들을 응시하며 꿈틀대는 퍼포머부터 고양이처럼 어딘가 높은곳에 올라가있고, 펜스위에도 올라가있다. 그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마르고, 무채색 옷을 입고 있다는 것. '모델처럼 보이는' 이들을 일부러 섭외했다는 그녀는 살아있는 사람을 통해 오브제와 그림이 가진 이미지를 주고싶었다고 한다. 퍼포머들은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우리를 응시하다가 이내 행동을 바꾸곤한다. 특별할것 없지만 전시를 보러온 군중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그들은 공간속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게된다. 그것은 자유일까 단지 보여지는 인물로서의 한 단상일까?

SEX (2019)

무려 4시간이라는 러닝타임동안 진행되는 오페라. 서로다른 종류의 신화를 각기다른 팀들이 동시에 연기한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한 공간에 있는 이들은 서로를 위해 타협하지도, 잠시 멈추지도 않는다. 겹쳐지는 소리와  동선안에 긴 시간을 공연하는 이들은 한계에 도달할 정도로 서로 방해받는다.

 

 ​독일의 기센이라는 중심지와 가까운 곳에서 태어난 ANNE는 유년기를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를 왕래하며 지냈다. 작가로써 이름세를 알리기 시작한 이후에는 여전히 프랑크푸르트에 거처를 두고 뉴욕에 자주 들리며 정착되지않은 떠돌아다니는 일상을 보냈다고 한다. 그녀가 겪어온 세상에 대한 인상, 미술계에 대한 인상은 항상 무언가로 나뉘어져있었다. 독일은 동독과 서독간의 차이가 여전히 존재하고, 남성과 여성은 자주 대립하며 종교로 인해 또는 국적으로 인해 나뉘어지거나 배척한다. 극이 마무리될때까지 서로에게 완전히 무관심한 작품의 퍼포머들은 그녀가 살아온 세상에서 만나온 사람들을 닮아있을지 모르겠다. 작품의 이름인 SEX란 성별을 넘어 우리를 나누는 모든 경계를 의미하는것이 아닐까?

COMMERCIAL WORKS

​버버리와 ANNE의 만남은 조금 의아해보인다. 클래식한 영국의 느낌을 가진 브랜드와 독일의 하위문화를 흡수하며 성장한 아티스트의 접점은 작아보이기때문. 사실상 버버리와 ANNE의 만남이라기보다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카르도티시와 그녀의 합이 잘 맞는다고 하는편이 맞겠다. 리카르도티시는 그녀의 작품에 꽤나 진심이다, 최근의 파리전시에서는 전시오프닝파티를 버버리의 이름을 걸고 열어줬을 정도였으니.

​리카르도의 뮤즈들이 모두모인 오프닝파티

Natures Mortes (2020)

​시간과 삶에 대한 생각이 광활하게 펼쳐지는 가장 최근의 전시. 살아있는 것과 그렇지않은 것, 과거와 현재, 정적인 것과 움직이는 것, 빛과 어둠, 넓은 공간에서 관객들은 모든것들 사이로 유영하게 된다. PALAIS DE TOKYO에서 특정 날짜에 퍼포먼스티켓을 판매했는데 빠른 속도로 품절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는 후문.

아쉽게도 전시가 끝난지 얼마되지않아 자세한 영상이나 비평문은 찾아볼 수 없다. 알 수 있는 것들은 공동체, 관객과의 조우와 권력관계, 경계에 대해 이야기해오던 작품 세계가 더 넓어진것같다는 점. 

공간과 신체, 전시장에서 사용될수있는 퍼포먼스의 모든 형태를 보여준 듯한 그녀의 다음 작품은 어떤 세계를 담고있을까? 방법은 유한하더라도 세계는 끊임없기를 바래본다. 이렇게 이상을 위해 끊임없이 발전해오는 아티스트의 다음 행보라면.

2022/01/21 EDITOR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