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y andersson

그림보다 더 그림같은 영화들

영상미 하나만으로 입소문이 났던 영화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의 스토리는 어쩐지 기억이 잘 나지않지만 영화를 가득 채운 빛바랜 분홍빛 배경, 정갈한 구도와 색들만큼은 기억에 선명히 남는다. 한치의 오차없이 그려진 듯한 세상은 하나의 스타일이되었고, 그 미장셴은 끊임없이 오마주되어 광고에서도 뮤직비디오에서도 반갑게 찾아볼수있게되었다. 심지어 영화를 보지않은 사람들마저도 부다페스트 호텔의 장면들은 알고있지않을까? 마치 동화와도 같은 환상적인 장면들. 그의 영화를 보고있자면 움직이는 그림을 보고있는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웨스앤더슨이 현실을 알록달록한 환상속의 공간처럼 만들어냈다면,그와 비슷한듯 다른 스타일을 가진 로이 앤더슨(공교롭게도 이름이 비슷하다)은 현실의 색감을 모두 창백하게 말려버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그의 흔한 클로즈업도, 멋진 카메라워킹들과 역동적인 장면들을 모두 찾아볼수없다. 인물들은 어딘가 결함이 있고 애처롭지만 그 모습이 어디선가 봤던듯 익숙해서 다시금 돌아보게만든다. 

모두가 다 같은 현실을 보지만, 저마다 다른 색안경을 끼고본다고한다면 내가보는 세상은 어느쪽에 가까울까? 웨스앤더슨의 또렷한 색감만큼이나 매력적인, 로이앤더슨이 만들어낸 창백한 세상을 소개한다.

 

About Endlessness

기승전결 혹은 위기부터 결말까지의 단계를 착실히 밟아 구성되는 일반적인 영화들과는 다르게 '영원에 대하여'는 연관이 없어보이는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있다. 믿음을 잃어 괴로워하는 사제와 버스에서 살아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서럽게 우는 남자, 아무도 기다려주는 사람이 없는 플랫폼에 도착한 한 여자, 무미건조하고 냉담한 장면들이 연속되는 사이에 폐허가 된 도시를 떠다니는, 마치 샤갈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연인이 있다. 

의문을 자아내던 영화는 23번째 에피소드에서 힌트를 준다. 

"열역학 제 1법칙에 따르면 모든 것은 에너지이며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영원히 보존되며 한가지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바뀔 뿐이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너는 에너지이고 나도 에너지야. 그리고 너의 에너지와 나의 에너지는 영원히 존재하는 거야"

영원히 계속되는것은 삶의 고통일까 실낱같이 떠다니는 희망일까?

BEHIND THE SCENE

영화속 배경은 CG이지만, CG특유의 인위스러움이 전혀 느껴지지않는다.

이후에 합성될 배경을 인형집처럼 작은 세트를 만들어 직접 촬영하기때문. 세트장의 디자인은 모두 로이앤더슨의 스케치에서 시작하는데, 드로잉에서의 흐린 색감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작업과정을 보면 정말로 세세한 건물부터 땅의 질감까지 표현된 세상을 만들어내서, 커다란 조각이자 하나의 그림을 만드는 과정같기도 하다.


 

A Pigeon Sat on a Branch Reflecting on Existence

비둘기가 가지에 앉아 존재를 성찰한다는 난해한 이름을 가진 이 영화는 특이한 물건들을 팔고다니는 샘과 조나단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와인마개를 따려다가 숨이 멈춘다던지, 병실의 중환자실에서 죽어서도 가져가겠다며 핸드백을 놓지않는 모습, 어느 동네술집에 갑자기 들이닥친 옛 기마병들의 모습, 모든 장면들이 냉소적인 블랙코미디를 그려낸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주무대인 허름한 바는 여러사람들로 잠깐 채워졌다 비워지기를 반복한다.

​어떤 클로즈업도, 동적인 카메라전환도 없는 카메라 앵글 안에서 공간속 사람들은 외로웠다 함께였다가 또 흩어진다.

You, the living

한번쯤은 머릿속으로 그려봤을 팝스타와의 만남, 인파가 몰려들고 집에서 둘은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라는 내용은 안타깝게도 꿈이었다. 한차례의 이뤄질수없는 꿈을 꾼 한 여자는 한동안 그 잔상에서 빠져나오지못한다. 한편, 다른이들이 겪는 현실에서의 관계들은 조금 절망적이다. 살이 찐 본인의 모습에 만족하지못하는 한 여자는 사랑한다는 남자친구의 말을 믿지못해 밀어내고, 식탁보를 빼내는 트릭을 연구하던 남자는 식탁보 아래에 그려진 나치 문양을 들키고 재판소로 끌려가 형을 받는다. 악몽을 꾼 사람들은 두려움에 괴로워하고, 단잠을 꾼 사람들은 현실과의 괴리로 고통받는다.

​그렇지만 꿈과 현실을 오가던 사람들은 이내 현실로 돌아온다. 커다란 기쁨과 뒤따르는 커다란 실망, 삶의 반복되는 모습이 영화속에선 단순히 절망만으로 그려지지않는다.그럼에도 살아낸다는 구절을 영화로 옮겨본다면 이런 영화가 되지않을까? 어떤 반전도 극적인 사건도 없이 살아가는 일,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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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4 EDITOR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