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 with ukraine

​희망에 대해

가끔 우리가 분단국이라는 사실마저도 잊어버릴 정도로 전쟁이라는 단어가 먼 옛날의 과거가 되어버린 지금, 우크라이나는 위험에 빠졌고, 전 세계 연방은 러시아의 금융권을 막아놓은 한편 막혀버린 가스와 자재들의 공급로로 인해 유럽의 난방비와 생필품 값은 치솟는 중이다. 비교적 러시아로부터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한국과는 달리 에디터가 생활 중인 독일은 과거 전범국으로써의 책임감 때문인지, 독일정부의 연관성 때문인지 자주 시위가 일어나는 편이다. (사진은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앞에서의 시위 장면) 

​모든 언론들이 각자의 시선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지금, 복잡한 국제정세 이야기를 요약해 원고를 쓰는 일은 에디터의 능력 밖의 일인 듯하다. 하지만 한 명의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잠시라도 그 저항의 힘을 믿어보는 것이 아닐까? 용기와 저항이 있었던 곳에 어떤 결과와 과정들이 있어왔는지, 인상 깊었던 몇 가지 반전영화들을 소개해 본다.

For Sama , 2019

'사마에게' 는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시리아 내전 중 저널리스트이자 영화감독이었던 와드 알 카팁이 작은 캠코더로 직접 촬영한 영상물들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전쟁이 발발하기 전 긴장감이 맴돌던 시리아의 수도 알레프의 모습부터 그곳에 살아가던 사람들의 집,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아기를 가졌던 와드 알 카팁은 안정을 취해야 했던 시기에도 시리아를 떠나지 않고 저항하는 시민들의 편에서 그들을 돕는다. 기록물은 출산까지의 과정도 보여주는데, 전쟁터  한복판에서 이루어진 그 과정은 꽤나 위험해 보여서 관객들로 하여금 아이에게 너무 위험한 환경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들 정도다. 

엄마로서의 죄책감에도 불구하고 시리아에서 모든 것을 기록하며 남아있던 와드 알 카팁은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아이를 향해 사과하며 이곳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한다.

이 긴박한 다큐멘터리는 전쟁의 참혹함을 그대로 전해주지만 그곳에서 계속되는 순간순간 공동체 안에서의 따듯함을 놓치지 않는다. 영화는 두 시간 내로 진행되지만 엔딩에 이르러서는 관객들도 함께 그 모든 시간을 겪었던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이동진 평론가는 이런 평을 남겼다. "완성 자체가 희망처럼 보이는 영화가 있다."

Persepolis, 2007

페르세폴리스는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을 겪은 작가가 (아주 오래된 역사처럼 보이는 히잡은 1980년대부터 시행됐다) 억압을 피해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주하면서 겪게 되는 일대기를 담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다른 또래의 친구들이 새로운 세상에서 통제받을 때 그녀는 운이 좋게도 해외 유학이라는 도피처를 찾았지만 그곳 또한 그다지 친절한 곳은 아니었다.

이란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그녀를 늘 따라다녔고, 수군대는 소리를 듣거나 공동체 안에서도 늘 소외감을 느낀다. 일련의 시간들이 지난 후 이란으로 다시 돌아온 그녀는 부모님과 함께 근본주의 반대 데모에 참여하며 이란을 바꿔 나가고 싶어 했지만 현실은 잔인했다. 삼촌은 정치범으로 끌려가 처형당하고, 이란은 전쟁터가 되었다. 결국 그녀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프랑스로 망명하고 그곳에서 이 만화를 그렸다고 한다.

​암울한 스토리와는 다르게 통통 튀는 분위기로 진행되는 이 만화는 지루할 틈 없이 보기 좋으면서도 현재의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한다. 난민 문제로 시끄러웠던 몇 년 전과 같이 우크라이나에서도 많은 난민들이 다른 나라로 이주를 시작한 지금, 전쟁 반대를 외치던 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동네로 이주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여전히 친절할 수 있을까? 

leto, 2018

​어두운 주제이니만큼 마지막은 밝은 분위기로 끝내고 싶어 소개해 보는 영화. 주연을 맡았던 한국 배우 유태오의 인기와 더불어 입소문을 탔던 영화가 아닐까 싶다. 레토는 러시아어로 여름이라는 뜻으로, 1981년 냉전시대 속 검열 받던 러시아를 배경으로 활동했던 마이크와 빅토르 최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비틀즈, 이기 팝, 데이비드 보위 등 영미권에서 영향을 받은 이들은 당시 러시아에서 허용되기 쉽지 않았던 가사와 멜로디로 노래를 하고 싶어했다. 당시 첨예하게 대립 중이던 '적국'의 노래를 하고 싶어 했던 상황. 그래서인지 영화는 허구와 현실을 넘나들며 만화 같은 효과들도 중간중간 등장한다. 모든 경계를 넘나들며 일탈을 즐기는 장면들을 보여주고서 이 모든 것들은 사실이 아니라는 문구를 보았을 때 관객들은 허탈하면서도 반짝이던 꿈의 세계에 빠져든다. 

정부도, 감시원들도, 다른 시민들도 모두가 굳은 표정이지만 그 세계를 빠져나와 노래를 할 때 그들은 자유로워지고, 마음껏 가사를 만들며 노래 부른다. 그 노랫말들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지라도 영화는 그 뒷면의 열기를 찾아내 보여준다.

지금 우리에게 러시아라고 하면 공포의 대상 혹은 국가적 원수로 대표되는 이미지만이 떠오르지만, 그 큰 나라의 한 명 한 명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러시아의 차가운 냉기가 녹을 날을 기다리며, 겨울이 끝나고 들려올 목소리를 기대해 본다.

2022/03/18 EDITOR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