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NKERS_MOVIE

Céline Sciamma

셀린시아마의 시간

2020년 초, 기생충의 칸 영화제 수상을 앞두고 전국이 떠들석 하던때

조용히 경쟁상대로 겨루던 영화가 상영중이었다.

Portrait of a Lady on Fire (2019)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고전풍의 유럽배경, 퀴어소재, 멋진 배경음악 앨범하나 없던 이 영화는

예상외로 독립영화관을 휩쓸었고 나중에는 꽤나 입소문이 난 영화가 되었다.

 

자극적이거나 흥미진진한 각본을 가진 영화를 즐기던 에디터는

굉장히 기대를 가지고서 보고 나온뒤 실망감에 벙쩌있게 되었지만.

아주 조용히 시간을 쌓아가는 영화의 힘은 실로 대단했고

​몇개월뒤에는 스스로 그녀의 영화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이름이 늦게 알려진 셀린시아마의 굳건한 필모그래피를 소개한다.

Portrait of a Lady on Fire

​영화이름에 충실하게, 초상이라는 개념에서부터 출발하는 영화.

한 사람의 초상을 그리려면 그리는 대상을 계속해서 관찰해야한다.

이 계속해서 바라본다는 행위는 묘한 감정을 줘서 때론 목적이 불분명해지기도 하는데

이 포인트만으로 극의 초반이 진행된다.

극의 흐름이 빠르고 다른 진행상황이 밀려있다면 사랑이 주인공인 영화에서도 주인공들은

마음껏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즐기지 못하기 마련이다.

얼른 운명같이 사랑에 빠지고, 그 다음에는 관람자들을 위한 것인지 

본인들을 위한 것일지 모르는 애정이 담긴 장면들을 넘어서 이별도 해야하고,

떄론 길어보이는 듯한 러닝타임내에 해야할 일들이 정말 많다.

셀린시아마의 영화는 과감하게 감정이 쌓이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인물들에 귀기울이는 이 과정에는 흥을 돋구는 음악마저 최소한으로 사용되는데

그래서 오히려 극적인 감정으로 올랐을때의 효과가 극대화되는듯 하다.

회화를 재료로 하는만큼 미장센과 영상미를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이지만

스틸컷으로는 전해지지않는 시간을 함께 쌓아갈때 더욱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영화.

Behind the Scene

​감독과 주연배우, 언어까지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감독이 스스로 프랑스에서는 sexy 하지않은 영화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로맨틱한 영화로서 환영받지 못했다고 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몸의 윤곽을 다 드러내는 옷을 입고 있거나 관능적인 표정을 짓지않고, 초반은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사랑이 정점에 달하는 순간조차 입맞춤과 생략, 침대위에 옷을 입은 채 누워있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아주 사적인 면은 드러내지않으면서 보여져야할 부분만 드러내는 감독의 재략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서 몇년전 만들어졌던 꽤나 유사한 내용의 아가씨에서의 배드씬을 떠올려본다면 더욱 비교가 쉬울 듯 하다.

Water Lilies

셀린시아마의 성장물시리즈중 하나로, 미성년자들이 등장한다.

아이들은 전부 미숙하고, 때로 이해할 수 없는 결정들을 내리며 충동적이다.

그렇다고 귀여운 ebs에 나오는 느낌으로 남는 것도 아니고,

딱 미묘한 어른 직전의 청소년기의 느낌을 잘 살려냈다.

청소년들을 다루는 기존의 영화들과 다르게

위기에 처한 상황 속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같은것은 나타나지않고

믿음직한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친구나 풋풋한 사랑도 없다.

친구관계는 위태롭고 권태롭고

사랑은 혼란스럽고 엇나간다.

모든 시절을 지나 영화관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지난 기억을 더듬어도 이해하기 힘든 어른들에게

​모든 것을 이해시키는 마지막 장면이 압권인 영화.

Behind the Scene

셀린시아마 감독이 학생이던때 썼던 첫 각본이자 첫 데뷔작, 그리고 그와 오랜시간 공개연애를 했던 아델 에넬과 첫 호흡을 맞춘,

여러면에서의 처음이 들어가있는 작품이다. 특히나 아델 에넬은 '주인공'은 아니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로 나오는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와는 사뭇 다른 풋풋하고 더 솔직한 모습을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델에넬은 프랑스에서 굉장한 인기를 얻고있는 배우인데, 고전적인 멜로영화보다도 급진적인 영화에서의 필모그래피가 많다.

언노운걸(2016)에서는 의사의 윤리적위치에 대해 고민하고, 120bpm(2017) 사회혁명가가 되고.

싸우는 사람들(2014)로 세자르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아델에넬과 셀린시아마는 더이상 연인으로서 동행하지않지만, 그들이 함께 고민하며 쌓아온 행보는 여전히 빛난다. 

TOMBOY

성인에서 청소년기 - 더 나아가 성별적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 어린 시기로 나아가본다.

영화는 빠른 시간내에 정답을 알려주지만, 주변 아이들은 쉽게 눈치채지못한다.

남자아이들이 하고다니는 모습이 좋고, 같이 놀고싶은 주인공은 일부러 남자인척을 하는데

인물간의 긴장감이 답을 알고있는 우리에게도 느껴진다

이미 어른인 우리들은 모든걸 들킨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있기 때문이다.

두개의 선택지 밖에 없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앵글은 그 경계를 계속해서 흐려놓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모든 경계를 겪고나서 똑바로 자신의 이름을 말할 수 있게된다.

​세상의 선입견에 맞서는 최초의 모습을 그려낸 영화

Behind the Scene

영화는 사뭇 진지한 고민들을 다루고 있지만 극 자체는 항상 무거운 분위기로만 흐르지 않는다.

아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들은 정말 놀이터에서 놀고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옮겨놓은 것 같을 정도로.

인터뷰에 따르면 영화에는 각본이 정해져있었지만 즉흥적인 대화를 이끌어내기위해 점토놀이,그림그리기 같은 

놀이들을 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그 시간에 오랫동안 카메라를 작동시켜놓고, 편집과정에서 대화들을 골라냈다.

영화촬영장은 급박하고 때론 찍히는 모습을 찍히기 위해 움직이는 실제 사람들보다 중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조용히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며 만들어졌다.

촬영장에서의 그 편안함은 스크린을 넘어 관람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Besides

소개한 영화중 톰보이와 워터릴리스는 아직 몇개의 상영관에서 볼 수 있고, 최근에는 걸후드가 새로 개봉했다.

음악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던 이전작들과는 다르게 리한나의 diamonds 가 삽입된 최근작은 과연 어떨지,

셀린시아마의 또다른 자신에게 충실한 소녀들을, 담담히 담아내는 시간을 기대해보자.

2020.nov.21 editor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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