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acy of holiwood

​리코리쉬 피자와 할리우드의 유산들

​여기저기서 만들어지는 죽기전 봐야할 영화 목록에 항상 빠지지않는 미국의 거장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이 신작으로 돌아왔다. 리코리쉬 피자라는 이름과 달리 피자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 영화는 미국의,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영화같아 보인다. 70년대 유명한 레코드샵이었던 리코리쉬피자라는 이름, 스티븐 스필버그의 딸, 디카프리오의 아버지, 브래들리 쿠퍼의 출연, 미국에서 유행하던 브랜드와 물건들의 이름, 

미국인도 아니고 미국에 살지도 않는 우리가 모든 요소들을 애써 이해하려고 애를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몇몇 반가운 얼굴들을 알고보면 더 재밌게 감상할 수 있지않을까? 가족경영 그 자체처럼 만들어진 이 영화를 채우는 할리우드의 유산과도 같은 인물들. 

heim

3명의 자매로 이루어진 밴드, 하임과 폴토마스앤더슨의 인연은 특별하다. 하임의 어머니가 폴의 초등학교 시절 미술교사였고, 그는 그녀의 애제자였던 것. 폴은 하임의 여러 뮤직비디오와 코첼라 무대영상 등 여러 작업을 함께 했는데, 처음 만나던 날 초등학교때 그렸던 그림을 가지고 가 보여줬다고 한다. 

​자매들은 따로 연기경력이 없지만, 폴과 작업한 뮤직비디오를 보면 종종 주연으로 출연한다. 짧은 플롯과 러닝타임이지만, 폴이 찍어낸 자매들의 얼굴표정을 보고있자면 몇 편의 영화를 함께 한 사이인듯 자연스럽다. 영화에 출연한 이는 둘째인 알라나 하임. 

약물과다복용으로 사망한 헝거게임의 히로인,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폴이 가장 사랑한 배우이기도 했다. 폴의 그에 대한 사랑은 2012년작인 마스터 속 필립의 연기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호아킨 피닉스와 비교해도 밀리지않는 그의 서늘한 눈빛과 달리, 그의 아들인 쿠퍼 호프만은 아직 미성숙의 청년의 모습으로 영화속에 등장한다. 리코리쉬 피자에 출연을 결정하기 전까지는 배우의 삶을 살 생각이 전혀없었다는 그의 연기는 오히려 틀에 박히지 않은 연기로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첫 필모그래피를 PTA월드에서 시작한 이 어린 배우는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BRADLEY COOPER

2018년 리메이크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스타이즈본의 주연이자 제작자, 브레들리 쿠퍼는 리코리쉬 피자에서 할리우드의 유명제작자 존 피터스를 연기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존 피터스 또한 1976년에 스타이즈본을 리메이크 했다는 점.(원작은 무려 1937년에 제작되었다) 멋지고 중후한 모습으로 등장했던 스타이즈본에서의 모습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전혀다른 모습으로 조금의 변장을 한, 브레들리 쿠퍼의 다양한 연기를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독특한 점은, 전혀 낯선 얼굴의 배우들이 전체적인 극을 이끌어가는 반면 익숙한 대형 배우들은 조연으로 활용된다는 점. 

steven spielberg

I watch Steven Spielberg movies, and know. Those are fairly tales. I understand what he does. And I make a film on cancer and frogs - however I want that many spectators nevertheless! I find that is a good goal, and I consider it a weakness of mine that I haven't reached it yet.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를 보면, 그게 '동화'임을 안다. 스필버그를 이해한다. 대신 난 암이나 개구리에 관한 영화를 만든다. 하지만 난 많은 관객들이 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그게 좋은 목표라고 본다.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게 내 약점이라 생각한다. "

​설명이 필요없는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에 대해 폴은 이런 코멘트를 남긴 적이 있었다. 폴에게 스필버그란 조금은 부러운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다. 평단과 영화시장에서 모두에서 사랑을 받는 감독이 되는 일은 행운에 가까운 일이니까. 리코리쉬피자에 출연하는 스필버그의 딸은 데스트리 알린 스필버그, 우연의 일치인지 조만간 스필버그의 세로운 영화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개봉한다. 올해 영화제에서 딸이 출연한 영화와 아버지가 감독을 맡은 감독이 경쟁하게 모습이 하나의 지켜볼만한 지점이 되지않을까?

원한의 도곡리 다리

영화에서는 잭 홀든 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윌리엄 홀든이라는 70년대 인기있던 배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 인물은 자신의 전성기를 그리워하며, 도곡리 라는 북한의 땅을 한국전쟁 당시 되찾으려한 이야기를 담은 '원한의 도곡리' 속 장면들을 재현하려고 한다. 실제 이 영화는 그레이스 켈리가 주연을 맡는 등 당시 꽤 규모가 크게 제작되었던 영화인듯하다. 우리에게도 낯선 이름의 영화이지만, 덕분에 잠시나마 뜬금없이 반가운 한국말들을 영화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EDITOR'S COMMENT

그의 영화들에 대한 명성만큼, 폴 토마스 앤더슨이 만드는 영화들은 조금은 불친절하기로도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항상 극단의 호불호를 달리는 평들을 찾아볼 수 있다. 젊은 시절의 그의 영화들은 인간의 밑바닥과도 같은 극단적인 감정들부터 종교나 상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해왔다. 펀치 드링크 러브는 그중에 유일하게 쉬어가는 작품이었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주인공은 불안함과 공포에 시달린다. 리코리쉬 피자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거장의 홈비디오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 이미 친분이 두터운 배우들이 등장하고, 그 배우들 또한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그의 작품들 중에서는 흔치않게 한 인물이 아닌 두명의 인물이 극을 이끌어나가는 것도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과 그의 연인이 아닌 한 쌍이 겪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 물론 대형트럭의 핸들은 알라나 하임이 잡았다. 철이 들어야하는 나이를 겪어가고 있는 소녀와 철이 들기전의 나이에 일찍 상대를 만나버린 소년, 핸들을 돌려 간 곳에는 더 나은 대안들이 있을까? 펑크음악이 모두 끝나버린 70년대의 미래를 우리는 알고있지만 과거를 살던 그들은 음악안에 춤추고 살아가고,

영화는 영화라는 특권안에 대안 따위는 포기하고 순간을 담아간다. 영화관에 앉아있는 우리도 누군가에게는 과거의 한 순간이 될까?

2022/02/24 EDITOR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