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ike watching
you go

​바라보는 마음

늦은 감이 있지만, 2022년의 밸런타인을 맞아 사랑에 관한 미술작품들을 소개하고 싶었던 에디터는 고민에 빠졌다. 무엇을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연인들의 모습을 담은 장면? 고전 중의 고전인 클림트의 키스와 같은 누가 봐도 분명한 관계들? 호크니의 그림 속 같은 알쏭달쏭 한 관계들도 사랑이라도 부를 수 있을까?

사랑이 느껴지는 그림도, 사진도 본질적으로는 작가가 대상을 오랫동안 관찰한, 아주 자세히 바라본 시선이 담긴 작품들이었다. 대상을 그리려면 우선 바라보아야 하고 피사체를 찍으려면 또한 잘 관찰해야 한다. 사랑에 빠지게 되면 실제로 그 대상을 제외한 주변의 배경은 흐릿하게 보인다고 한다. 마음이 먼저일지 바라본 시선이 먼저일지, 그건 아마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알 수 없겠지만 마음이 담긴 작품들은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관찰하는 마음, 시선이 담긴 순간을 향해

 Masahisa Fukase

까마귀 시리즈로 잘 알려진 일본의 요절한 사진작가 후카세 마사히사. 창문밖으로 출근하는 모습을 바라본 사진들, From the window 시리즈는 무려 13년동안 그가 찍어온 아내 yohko의 사진들 중 일부이다. (yohko, 1978)  매일같이 찍어온 창밖의 아내는 때론 비오는 날 우산아래 서있기도 하고 어떤날에는 퉁명스러운 얼굴로, 또 어떤 날에는 환하게 웃어주기도 한다. 카메라를 들고있는 후카세 마사히사의 얼굴은 남아있지않지만, 오래 쌓인 그의 시선들을 바라보면 조금은 강박적이어보이기까지한 사랑이 느껴진다.

두사람은 책이 출간되기전 행복한 결혼생활 대신 이혼을 맞이한다. 이후 후카세의 카메라는 사랑하는 대상에서 그녀를 잃은 고독을 가지고 까마귀로 옮겨가는데, 13년간 아내를 찍던 모습처럼 몇년간 까마귀라는 하나의 대상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1992년 사고를 당한 그는 20년간 혼수상태를 헤매다 사망하였는데, 혼수상태에 빠진 그를 아내 yohko가 매주 찾아갔다는 마지막 근황만이 전해져오고있다. 자신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기록하던 후카세가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야했던 요코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러브스토리는 비극으로 남았지만, 그들이 남긴 사진들은 아직도 그대로 살아있을듯이 활기차보인다.

from the window

raven series

Masahisa Fukase, Erimo Cape, 1976

Masahisa Fukase, Nayoro, 1977

Masahisa Fukase, Kanazawa,1977

Masahisa Fukase, Wakkanai, 1975

Masahisa Fukase, Untitled, 1975

allan kaprow

comfort zones, 1975

엘런 카프로우는 초기에는 회화작업을 하던 작가로, 백남준과 함께 플럭서스운동을 이끌었던 이들중의 한명이자 잭슨 폴록의 제자이기도 했다. 캔버스에 물감으로 표현하는 회화에서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다른 플럭서스 작가들의 '해프닝' 개념에서 영향을 받은 그는 미술에서 처음으로 퍼포먼스라는 단어를 사용한 퍼포먼스아트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한다. comfort zones은 관계에서의 거품이라는 단어에서 시작한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제각각 다른 크기의 거품을 가지고 있고,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터져버리고 만다고. 

이런 애매하고 모호한 관계성을 카프로우는 퍼포머들에게 특정한 행동을 지시하면서 드러내고 싶어한다. 7쌍의 커플들은 아주 가까운 연인들부터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이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의 지시아래 특이한 자세로, 혹은 정자세로 눈을 마주치는 그들은 각자 다른 거리에서 서로를 마주보게 된다. 연인들이라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낯설어하는 타인들은 조금은 먼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볼것이다. 어떤이들이 실제 연인이었는지, 또 완전한 타인이었는지 알려주지않는 이 작은 실험 속에서 어쩌면 결과는 그 반대일지도 모르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 시선이 맞닿는 시간동안 어떤 일이 생길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때문에. 글을 시작할때 적었던 궤변을 다시금 상기해본다. 

​시선이 먼저일까 마음이 먼저일까?

2022/02/24 EDITOR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