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are
whizz kids?

​너무 어린 성공은 행운이 아니었음을

재능이란 언제 어떻게 발현되는 것일까? 아주 어린 나이에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면서 재능을 꽃피우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에 불혹의 나이에 들어서서 뜻밖의 재능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쪽이나 경이로운 일이지만 관찰자의 입장에서는 어린 나이에 어른들만큼의 역량을 보여주는 이들이 조금 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귀여운, 아직 미성숙한 아이가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모습은 신기하면서도 그 미래를 더 기대하게 되니까.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러한 기대 때문에 그들은 살아가는 내내 어린 시절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살아가야만 한다.

사라장과 같은 연주자들은 감히 말하자면 나이와 함께 기술과 연륜이 생겼을지 모른다. 하지만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들은 어떻게 그 기대와 압박감을 이겨냈을까? 


​어린 나이에 데뷔해 유년기를 같이 보낸 것만 같은 팝스타들이 걸어온 다른 방식에 대해.

LORDE

we'll never be royals 
It don't run in our blood
That kind of luxe just ain't for us

LORDE의 등장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싱글 발매 당시 16세였던 소녀가 쓰는 가사들은 청소년기의 혼란이나 사랑 노래들과는 거리가 멀었고, 가사를 쓰는 깊이, 운율을 다루는 방법은 여느 기성 가수들 중에서도 독보적이었다. 뉴질랜드에서 온 이 소녀는 TIFFANY 이후로 가장 어린 나이에 빌보드차트 1위에 올랐고, 그래미의 사랑을 받았으며, 짧은 시간 안에 스타덤에 올랐다.


ROYALS를 발표할 때, LORDE는 이 노래가 당시 활발히 활동하던 제이 지나 칸예, 라나 델 레이 등 팝스타들의 호화로운 삶에 반응하는 노래라고 밝혔다. 뉴질랜드에 사는, 차가 없이는 아무 곳도 갈 수 없고, 당장의 택시비가 없어 전전긍긍하는 이것이 진짜 현실이라고.

 

아이러니하게도 사치를 비꼬던 이 노래는 LORDE에게 순식간에 그 모든 것들을 누릴 수 있는 자본을 건네주었고, 자신이 처한 현실을 노래하던 작고 당차던 소녀는 무엇을 향해 노래해야 할지 애매해진 상황이 되었다.

'Cause honey I'll come get my things, but I can't let go
I'm waiting for it, that green light, I want it

2013년에 발매된 앨범 한 장으로 팝스타의 삶에 초대되었던 그녀는 남자친구부터 친구관계까지 모든 것들이 주목받았고, 온갖 의혹과 부정적인 평들에 대응하며 혼란스러운 청소년기를 보냈다. ​

​그리고 다시 돌아온 앨범의 이름은 MELODRAMA. LORDE 본인이 이별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혔던 이 앨범은 조금의 고조 단계를 밟으며 정말로 드라마틱한 감정의 폭을 보여준다. 관계에 대한 감정, 외로움, 타인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본인에게로 돌아간다. 그러면 내가 있을 곳은 어디일까? 완벽한 장소란 존재하기는 한 걸까?

 

잔잔하던 이전 앨범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이 앨범은 더 큰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롤링스톤즈, 피치포크 등 모든 음악 매거진들에서 극찬을 받았고 차트를 휩쓸었지만 아쉽게도 그래미에서는 앨범상을 놓쳤고, 여기에 대한 아쉬움은 다음 앨범까지도 이어진다.

All the nights spent off our faces
Trying to find these perfect places
What the fuck are perfect places anyway?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when Carole called my name
I stood up, the room exploded
And I knew that's it, I'll never be the same

 

그리고 또다시 4년 만에 돌아온 그녀는 혼란의 시기를 끝내고 남극과 뉴질랜드, 자연 속에서 도시와 떨어져 휴식기를 가졌다. 돌아온 그녀의 이야기들은 자연과 환경, 자연에 대한 찬사, 그 힘과 회복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물론 미래에 대한 도약은 과거를 돌아보고 회상하며 시작한다. CAROLE이 할리우드에서 처음 LORDE의 이름을 부르던 때부터 시작하는 트랙 CALIFORNIA는  And I'd pay it all again , To have your golden body back in my bed에서 놓쳤던 그래미 앨범상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며 그 모든 것들은 그저 꿈이고 이제 깨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SOLARPOWER'앨범은 가혹한 평가를 받았다. 전작이 워낙 드라마틱 하고 훌륭했으며, 4년의 시간 동안 사람들의 기대는 점점 더 커졌기 때문. 하지만 우리의 실망과는 달리 이 소녀는 이제 편안해 보인다. 성공의 정점에서 훌쩍 떠나버리는 일 자체가 하나의 모험이 아니었을까? 쉬어가는 시간 이후에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기대해 보자.

찰리의 독특한 점은 이전에도, 지금에서도 언제나 언더그라운드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절제되고 고고한 느낌의 앨범으로 시작했던 LORDE와 다르게 찰리는 데뷔의 발단이 SNS서비스인 마이스페이스에 올린 영상이었고, 17살의 나이부터 파티에서 공연하며 싱글들을 공개한다. 2012년, 큰 인기를 끌었던 ICONA POP의 I LOVE IT과 협업한 작업으로 이름을 알렸고 2013년에 첫 정규앨범 True Romance로 데뷔했다. 

찰리의 작업물들에는 휴식기가 없다. 끊임없이 작업물들이 이어지고, 정규앨범 사이에도 피처링이나 싱글 발매 곡들로 가득하다. SUCKER 2가 발매되었을 때, 찰리의 에너지를 보고 금방 사라질 팝스타 같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단순한 훅과 멜로디들은 듣기에는 좋지만 비슷한 패턴을 주로 반복하고 질리기 쉽기 때문에. 하지만 찰리는 2022년인 현재까지도 트렌디하면서도 듣고 싶은, 듣기 좋은 음악들을 만든다. 직관적인 가사부터 음악에서의 시도들은 하나의 글에 담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I was busy thinking 'bout boys
Boys, boys
I was busy dreaming 'bout boys

BOYS의 뮤직비디오는 박재범의 출연으로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음악은 전혀 심오하지 않고, BOYS를 연달아 부른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등장하는 각국의 유명인들과 미남들.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 찰리는 셀러브리티들의 섭외로는 무언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직접 데이트 앱으로 출연자들을 섭외했다고 한다. 

​​분명 깊은 의미나 복잡한 고민은 없어 보이지만 비디오는 명쾌하고 솔직하다. 그녀의 음악들이 대부분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기보다 끊임없이 외부에서 작업하며 시너지를 보여주는.

You take your time, I'll take mine, we'll be fine
Knew I'd be here, be here, be here with you
When the roof caved in and the water fell through

LORDE가 혼란한 속세를 떠나 고독과 자연 속에서 평화를 찾을 때 판데믹으로 인한 고독은 반대로 찰리에게 음악 커리어 일대의 스트레스를 주었다. 투어 일정과 클럽 라이프는 금지되었고, 팬들을 만날 기회도 또한 사라졌다. 락다운이 있던 판데믹 기간 동안 찰리는 집안에서 음악 작업을 진행하는데, 이 기간 동안 스스로 캠코더를 들고 비디오를 촬영하고, 팬들로부터 받은 홈 비디오를 편집해 뮤직비디오를 완성한다. HOW I'M FEELING NOW 앨범은 이전의 앨범보다 더욱 개성이 뚜렷해진 하이퍼 팝 느낌과 스스로 영향받았음을 밝혔던 고딕이나 언더그라운드 기반의 문화들이 느껴진다.

I'ma love you real, I'ma love you raw
I'ma love you in the kitchen
I'ma put you on the floor
Leave you wanting more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온 올해 발표된 5집 CRASH는 70-80년대의 디스코그래피와 함께 섹시한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는 코멘트와 함께 돌아온다. 그간 여러 아티스트들과 협업, 피처링을 거듭하며 다양한 색깔을 바꿔갔던 찰리는 이제 완전체로 돌아온듯하다. BOOM CLAP의 훅을 부르던, 마돈나가 우상이던 소녀는 어느새 완전한 한 명의 아티스트가 되었다. CHARLIE XCX를 누군가로 비유할 수 있을까? 팝 역사에서 그녀는 오래오래 자신의 이름으로 남을 것 같다,

자메이카 태생인 아버지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은 JORJA SMITH는 유튜브에 업로드한 커버 영상 하나로 인터넷에서 유명해지고 학교 내에서 유명 인사가 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계기로 2016년 18살의 나이에 첫 싱글 BLUE LIGHTS를 발매했다. 영국의 월솔 지역 출신인 그녀는 11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하며 낙후되어가던 동네를 떠나게 해줄 방법이 음악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SMITH의 음악은 십 대의 낭만이나 해맑은 틴 팝과는 거리가 멀다. BLUE LIGHTS 가사 속에는 경찰차의 파란빛, 쫓기는 친구, 사이렌 소리에 대한 내용들로 채워져있다. 이외에도 십 대의 낭만들을 비꼬는 노래들 등, 비관적이면서도 어찌 보면 쿨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의 데뷔 앨범 LOST & FOUND는 브릿 어워즈에서 비평가상을 받으며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른 성공에 따라오던 것은 엇갈린 평가들. 첫 앨범은 나이에 비해 성숙한 가사와 타고난 재능을 가진 목소리로 극찬을 받았지만 반면에 혹자는 너무 과대평가된 앨범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첫 앨범 이후 드레이크의 전폭적인 지지,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R&B 영역에서 입지를 넓혀가던 그녀는 다음 앨범에서는 '십 대의 혼란'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We all want a teenage fantasy
Want it when we can't have it
When we got it we don't seem to want it

음악은 정말로 JORJA SMITH의 많은 것들을 바꿔주었다. 집을 떠나 더 넓은 곳으로 가고 싶던 소녀는 어느새 런던을 기반으로 한 아티스트가 되었고, LOST&FOUND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사람들은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앨범은 2021년의 BE RIGHT BACK. 이제 사이렌 소리도, 경찰차도, 그 모든 것들을 감당해야 했던 청소년기도 지나버린 2021년 그녀는 여전히 관계에 대해 노래했다. 연인 간의 관계부터 무력함, 공허함 등에 대해. 비교적 최근 발매됐던  이 앨범은 이전만큼 평단에, 혹은 대중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앨범에서 이전보다 깊어진 긴밀한 관계에서 오는 감정들, 더 다양해진 악기 세션들과 함께 그간의 시도들을 엿볼 수 있다.

가장 최근 그녀의 행보는 FKA TWIGS의 새 앨범 피처링에서 만나볼 수 있다.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은 진심으로 즐거워 보인다. 아직 어린 나이에 이른 성공을 맛보고, 그 부담 속에서 이겨내기 위한 방법은 사실, 더 나은 작업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솔직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아닐까?

2022/01/28 EDITOR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