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NKERS_ART

​내 안의 화를 꺼내본다면

​이불의 개인전

한국의 2000년대를 대표하는 근현대작가를 꼽을 때 항상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면, 단연코 이불 일 것이다. 이 오묘하면서 따듯해보이는 이름의 작가는 꽤 어마무시한 퍼포먼스, 설치작품들로 한 때 한국현대미술계에 이단아 라던가 혁신같은 이름으로 불렸다. 유튜브에 게시된다면 아마 유해판정을 받을 듯한 그녀의 작품들은 실로 파격적이고 어딘가 위험해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지금은 2021년, 그동안 수없이 혁신을 외치는 작품들이 미술관에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한 시대를 이끌었던, 특히나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작가가 또다시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마 욕심일 것이다.

한 때 에디터는 이불이 젊은 날의 치기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작가였다며, 현재에 회자되기에는 애매한 면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 치기로 규정되기에는 너무 큰 에너지는 현재까지도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우리에게 한 울림을 전해주고있다. 지금  그녀를 다시 만나볼 수 있는 곳은 덕수궁의 서울시립미술관. 평가는 잠시 뒤로 미루고, 지금까지 이불이 보여줬던 발자취를 다시 되세겨보자.

수난유감―내가 이 세상에 소풍 나온 강아지 새끼인 줄 아느냐? 1990

괴상한 옷을 입고 서울, 일본을 오가며 12일동안 활보하는 퍼포먼스. 

Cyborg W1-W4, 1998

Souterrain (2012/2016)

​이불을 소개하는 단어들은 항상 분명하고 한정적이어서 작품마다 코멘트를 달기가 꺼려진다. 작품 이름에도 나타나다싶이, 이불은 도나 헤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문 (1985) 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작품관이 궁금하다면 다른 평론가의 글보다 이 선언문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초기부터 공격적이며 명확한 태도를 가진 이불의 세계관은 자칫 설득만을 위한 예술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런 점을 차치하고서도 그녀가 보여주는 내면의 감정, 보이지않는 어떤 응어리들을 표현한 작품들은 말없이도 크게 다가온다. 모두에게는 각자 개인의 내용은 다르지만 작던 크던 가져가야만 하는 삶의 짐이 있으니까.

덕수궁에서의 전시는 5월 16일까지 예약제로 관람할 수 있다. 봄의 계절에 너무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방문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