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ADE FIRE

2011년의 그래미 시상식은 화려했다. 지금도 왕성히 활동중인 레이디가가의 무려 'THE FAME', 케이티페리의 'TEENAGE DREAM', 에미넴의 'RECOVERY'가 올해의 앨범상의 후보였던 해였으니. 그런데 뜻밖에 이름조차 생소한 인디밴드가 상을 차지하는데 그 앨범이 아케이드파이어의 'THE SUBURBS'였다. 그해 아케이드파이어는 코첼라에서 공연을 하고, 전세계에서 유래없던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 이후 영화 'HER'에서의 사운드트랙, 쟁쟁한 페스티벌의 공연. 캐나다의 인디밴드로 시작한 이들은 더 이상 인디밴드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앨범 'EVERYTHING NOW'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한층 세련되고 대중음악 같아진 낯선 트랙들. 많은 팬들이 등돌리고 어쩌면 우리를 기만하기 위한 앨범이라는 평가까지도 받았지만 얼마전 자비에돌란의 영화에서 SIGNS OF LIFE를 듣는 순간 전곡을 다시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진 인디밴드에서 정상급의 메이저밴드가 되기까지, 아케이드 파이어의 17년을 함께 돌아보자.

2004  FUNERAL

초기에는 멤버의 변동도, 수의 변화도 많던 밴드였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중축을 위주로 보면 보컬 윈버틀러가 텍사스 출신으로 미국남부의 교회음악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의 아내인 레진 사사뉴는 아이티 출신으로 서브보컬과 함께 온갖 악기들에 능통하다. 보통 드럼과 베이스, 일렉기타, 선택에 따른 신디사이저와 보컬로 이루어지는 밴드 구성과 달리 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실로폰아코디언밴조호른... 다른 밴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아주 다양한 악기들을 다루고 멤버들이 정해진 포지션이 딱히 없다는게 큰 특징이다. 시골출신들이 나와서 만들어내는 바로크 스타일의 찬송가같은 음악들은 2000년의 파격이란 파격은 다 겪고 난 락음악계에 신선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2007  
​NEON BIBLE

두번째 앨범은 전작보다 훨씬 더 어두워진 느낌으로 시작된다. 종교와 물질주의에 대한 비판, 불안한 정신, 그럼에도 전체적인 트랙들에서는 종소리, 찬송가소리 같은 교회음악을 연상시키는 소리들이 사용되고 9번째 곡까지도 불안하게 흔들리던 정신은 마지막곡에서야 이상향에 대해 언급한다. 'MY BODY IS A CAGE'의 한 구절을 언급하자면- 

"my body body is a cage, that keeps me dancing with the one that i  love, but my mind holds the key" .

​세계의 혼란을 이야기하던 이들은 결국 정신으로 돌아온다. 팬들 사이에서는 처음 들을때는 어렵지만 5번을 듣고나면 천국을 볼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도는 마성의 앨범.

2011  ​
The Suburbs

앞서 언급했던 그래미 앨범상을 받은 그 앨범. suburbs란 교외 라는 뜻으로, 주로 시골이라는 단어를 쓰는 한국에서는 조금 생소한 단어다. 앨범은 교외에서의 한적한 생활을 좋아하던 어린시절부터 진부함을 느끼고 큰 도시로 떠나고 싶어하는 한 흐름을 담는다. 과거의 한적함속에서 여유롭게 지내던 어릴때를 낭만적으로 회상하고 성인이 되면 낭비하는 시간이 되는 것을 비관하는 모습. 

​노래들은 한 개인이 변해가는 모습을 그리는것같지만 변두리에서 모인 밴드멤버들이 점점 화두에 오르며 변화하는 주변환경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듣고 있다보면 나에게 반문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곳이 교외였던 도심의 중심이었던 , 그때 내가 느끼던 시간과 공간의 감각들과 현재의 간극은 어떠한지. 

2013  ​
reflektor

​이번에는 상실을 주제로 이야기한다. 이전 오르페우스의 신화나, 사회적의미의 상실, 대화의 상실까지. 이전까지의 커리어와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점은 처음으로 일렉트로닉 장르를 시도했다는 것. 이전에 사용하는 악기나 색깔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위에 전자음이 덧붙여진 느낌이 난다. 앨범의 첫곡인 reflektor는 무려 7분동안 진행되는데 이 안에 말하고자 하는것들이 전부 녹여진 느낌이다. 반사경이라는 뜻의 reflektor는 모든것은 한쪽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뮤직비디오 또한 유사한 개념으로 만들어졌다. 이전작과는 사뭇 다른 느낌에 호불호가 조금 갈리는 앨범.

2017  ​
everything now

​전작보다도 본격적으로 디스코를 밀고나간 앨범. 호불호가 갈리던 앨범에서 훨씬 가벼운 느낌을 컨셉으로 앨범을 만들었다고 한다. 들여다보니 화려한 프로듀싱진에 대비되게 기대했던 웅장한 트랙이나 긴 재생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채우는 곡은 없었고, 평단의 크리틱점수 또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처참함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한때 혁명과도 같이 등장했던 인디밴드의 말년치고는 또 괜찮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드는 앨범이다. 속세와 물질주의를 평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돈과 명성을 얻었고 모든 것을 쏟아낸 앨범을 4장이나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제 곧 그들의 앨범주기인 3년을 넘어 4년이 지났다.  everything now의 낯선 혹평을 받았던 그들은 이전의 혁명을 이어가는 장엄한 분위기로 돌아올것인지, 한번 더 전자음의 힘을 빌려 다른 시도를 해볼것인지. 무엇이든 그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2021/MAY/31/EDITOR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