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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kers Movie

TITAN

TRANSFORMATION OF LOVE

사실, 걸그룹 걸크러쉬의 역사는 길다. 에디터와 같은 20대라면 투애니원이 익숙할 것이고 혼돈의 2000년대는 테크노여전사와 베이비복스까지도 거슬러올라간다. 그리고 어느덧 2022년, 웬만한 컨셉은 어디선가 봤던 듯 익숙한 와중에 나온 아이들의 톰보이는 모든 면에서 과하지않으면서도 계속 눈이갔다. ‘톰보이’를 타이틀로 들고나왔으면서도 전형적인 남자옷, 큰 옷을 입은 것도 아니었고 노출된 옷을 입어도 어딘가 느낌이 달랐다. It's neither man nor woman , 을 부르는 이들은 사랑이나 대상에 대한 어떤 감정보다도 자신에 대한 이야기만을 늘어놓는다. 그래서일까? 그 지점을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노래를 듣는 내내 시원한 느낌이 든다.

비슷한 지점에서 생각났던 영화감독이 있으니, 얼마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프랑스 출신의 영화감독 쥘리아 뒤쿠르노 이다. 유명 여성감독들이 자주 다루던 장르를 떠나 폭력과 기괴함을 내세워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낸, 그녀와 그녀의 영화속 자기밖에 모르는 괴물 같은 여자에 대하여.

티탄은 정말 괴상한 영화였다. 2019년 기생충과 함께 황금종려상 후보에서 경쟁했던 여성감독 셀린 시아마가 내세우는 섬세하고 절제된 스타일과는 정반대의 느낌. 여성감독이라는 공통점으로 그녀를 분류하기보다는 미드소마와 유전의 감독 아리 에스터 라던가, 킬링디어의 감독 요르고스와 비교하는게 더 자연스러워보인다.


때로는 구역질이 날 듯 불쾌하고, 섬뜩하고 잔인하기도한 피와 폭력이 넘치는 이 세계는 단언컨대 어떤 여성감독도 이전에 도달하지 못한(않은) 곳이었다. 티탄의 주인공은 연쇄살인마로, 어떤 특정한 이유도 없이 희열만으로 사람을 죽이고 쾌감을 느낀다. 이전에 봐왔던 영화들 속 살인마들, 그러니까 예를 들면 킬빌 속 우마 서먼은 이유가 있었다. 배신한 남편에 대한 복수, 또는 국가나 가족에 대한 사명감. 그래서 그들은 폭력을 정당화할 이유가 있었다. 무언가를 위해서 폭력이라는 마지막 방법을 택한 사람들, 그렇지만 티탄 속 알렉시아는 대놓고 나쁜년이고 악마보다도 더 악마같이 그려진다.

METAP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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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뒤크르노는 이후 인터뷰에서 영화를 만들기전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티탄이라는 가이아와 우라노스 사이에서 태어난 이후 우라노스의 성기를 자른 12신에서 따온 영화제목도 흥미롭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기독교의 예수신화를 전복시키면서 진행된다. 극의 주인공이자 연쇄살인마, 레이싱걸이기도 한 알렉시아는 많은 남성팬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관심이 없고, 오직 ‘차’에게만 욕망을 느끼는 듯 하다. 들끓는 엔진기관의 소리, 질주하는 것, 그도 아니면 살인의 짜릿함으로 공허함을 감추던 그녀는 어느날 차와 사랑을 나누는 황당한 꿈을 꾸고 더 황당하게도 임신을 하게된다. 사이버펑크판 성모마리아 랄까? 성스러운 성경 속 성모마리아와는 달리 알렉시아는 임신을 알게된 후 검은 피를 흘린다던지, 여러명을 살해하고 불태운 후 삭발을 한 채로 도주하는 등 ‘안정’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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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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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풀어오르는 배와 가슴을 압박붕대 속에 숨긴채 아드리앵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는 알렉시아는 한명의 소방관으로써 동료들과 일을 하게되면서 변화한다. 그리고 아들이라는 이유로 맹목적 사랑을 주는 이 영화 속 하나님, 자신을 거두어들인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처음으로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유대감과 사랑을 느끼게 된 만큼 다른 모습으로 꾸며진 신체는 다른 소방관들과의 파티 장면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전의 레이싱걸 공연때에 자신의 움직임을 보며 열광하던 이들이 남자의 모습을 한 알렉시아의 몸짓에 당황을 넘어 구역질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 그녀의 정체를 수상해하던 이들은 이 장면으로 모두가 애써 부정했던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예수가 여자였다. 더 이상 아들로 머무를수없게된 상황에 맞물려 그녀의 뱃속의 무언가도 점차 세상밖에 나올 준비를 한다.

TRANSFORMATION OF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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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끝에 도달해 출산장면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는 둘 사이의 감정에 수만가지 의문이 들게한다.
아들에 대한 집착은 기괴한 동성애의 변형인가, 부터 무성애자같던 주인공이 타인에게 사랑을 느낄리없다는 생각까지. 무심한 부모아래에서 특이한 장치를 머리에 박고 감정없이 오랜 시간을 살아온 주인공부터 힘을 잃으면 공동체 아래서 지위를 잃을까봐 근육주사를 매일 고통스럽게 맞는 가짜 아버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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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든 상황과 껍데기에 무관하게 이야기의 결말은 사랑으로 끝이 난다. 어떤 육체적인 사랑도,성별과 형태도 모두 뛰어넘은 사랑이라는 단순한 형태로.

Julia Ducournau의 신세계

졸업작품 JUNIOR 부터 피와 살인에 눈뜨게 되는 RAW를 거쳐 티탄까지, 줄리아 뒤쿠르노는 줄곧 어떠한 계기로 범상치않아지는, 정상의 범위를 벗어나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삼아왔다.

이야기 속에서 인물들은 무엇도 주장하지않고 어떤 것도 이겨내지않는다. 사실 감독인 줄리아는 그들 개개인의 해피엔딩 따위는 관심도 없는 듯 하다. 그렇지만 미디어는 이미지를 남긴다. 무언가를 상처입히거나 부수고 열망하고 갈망하는, 본능에 충실한 여자캐릭터를 또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클리셰에 대한 도전조차 기존의 액션영화에서 빌려오는 현실 속에서 이곳엔 본적없던 대안이 존재한다. 누구에게나 추천할 당위와 아름다움은 없지만 미드소마와 킬링디어의 섬뜩한 아름다움을 사랑했다면, 한번도 본적없던 새로운 캐릭터가 궁금하다면, 잊혀지지않는 강렬함이 가득한 줄리아 뒤쿠르노의 신세계를 자신있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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