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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kers Music

< 디자이너가 사랑한 음악들 >

캠페인 속 사진 한 장이 사람들을 열광시키던 과거부터 틱톡 동영상이 컬렉션 영상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금까지, 뮤지션과 디자이너의 관계는 때론 뮤즈와 디자이너로, 또는 한 세계를 공유하는 동료로써 서로에게 영감을 준다. 단순한 셀럽과 판매자의 입장을 넘어 어떤 이들은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닮아있기도 하다. 한 셀러브리티가 이미지의 형성을 위해 브랜드와 패션이 필요한 것처럼, 긴 워킹 시간 동안 사람들을 사로잡아야 하는 디자이너 또한 그에 맞는 음악이 필요하다. 이 공생관계는 이성적이고 필요에 의했지만, 관람자에게는 신비롭게 기억에 남는다. 브랜드를 보며 노랫말을 떠올리고 노랫말을 들으며 걸으며 옷의 조각조각을 떠올린다는 것은 아름다운 연상법이지 않은가?

<Hedi Slimane & The XX >

칼 라거 펠트가 다이어트를 하게 만들었다는 디올옴므의 스키니진을 만들고, 4년간의 입생로랑에서의 시간을 거쳐 무려 피비 파일로의 후임자로 셀린을 맡은 에디 슬리먼. 우려와는 달리 셀린의 제2의 전성기를 이끌어가고 있는 그의 취향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면서도 특유의 느낌을 잃지 않는다. 락시크와 스키니진을 사랑했던 파리지앵의 터치에서부터 Z세대 파리지앵이라는 평을 받았던 최근의 믹스 매치까지, 새로운 조합을 보여주면서도 절대 지나치지 않는 특유의 절제됨이 동반된다. 고요하고 잔잔한듯하면서도 인상적인, 에디 슬리먼의 옷들은 그와 많은 교류를 나누고 있는 THE XX의 음악 스타일과도 겹쳐 보인다. 미니멀리즘을 기반으로 한 THE XX는 3명의 친구들로 구성된 밴드. 그들을 향한 에디 슬리먼의 사랑은 2016년의 디올옴므 캠페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밴드의 멤버 올리버 심의 음악이 배경에 깔리고, 모델 중 한 명으로 등장하는 그의 모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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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rl Lagerfeld & Vanessa Paradis >

생전 국적과 나이를 불문하고 핫한 이들을 발굴해 내고 서포트 했던 칼 라거 펠트이지만, 그가 유독 오랫동안 사랑하고 뮤즈로 삼았던 대표적인 인물을 꼽자면 역시 바네사 파라디일 것이다. 소녀 같으면서도 퇴폐적인 느낌, 앞니가 벌어진 독특한 외모는 한번 보면 계속 기억나는 강한 인상을 준다. 1991년 샤넬의 향수 캠페인부터 시작된 칼 라거 펠트와 바네사 파라디의 인연은 그녀와 조니 뎁 사이의 딸 릴리 로즈 뎁까지 이어지면서 아주 오랜 인연을 맺게 되었다. 바네사 파라디를 프랑스의 스타로 만들어준 노래, Joe le Taxi의 뮤직비디오에서 어린 시절부터 빛을 발하는 특유의 자유로운 매력을 볼 수 있다. 바네사 파라디와 샤넬의 인연의 재미있는 관찰점은 그녀의 오래전 캠페인을 딸인 릴리 로즈 뎁이 새롭게 재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 닮은 듯 다른 둘의 매력은 샤넬의 과거와 현재를 대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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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rgil Abloh >

얼마전 안타깝게도 타계했던 버질아블로는 특정인물로 한정짓기 어려울정도로 음악씬과 교류가 많았다. 10대 때부터 시작한 디제잉과 칸예웨스트와의 두터운 친분, pyrex라는 인기없는 폴로셔츠에 프린팅을 입혀 판매했던 브랜드가 힙합씬 안에서 일으켰던 선풍적인 인기, 루이비통을 맡은 이후 패션쇼에서 울려퍼지던 밴드 혁오의 노래까지. 그가 교류하고, 쇼에서 선보이는 뮤지션들은 경계없이 다양하고 새로웠다. 

최연소 디제이로 이름을 날리던 A-TRACK를 선망하던 그는 건축가로서, 패션 디자이너로서 커리어를 쌓으면서도 간간이 디제이로 공연을 하곤 했다. 2018년에는 독일 출신의 프로듀서 BOYZ NOIZE와 싱글을 발매하기도 하는 등, 취미생활을 넘어선 제2의 직업 정도의 애정을 보여준다.

건축을 공부하다가 칸예의 앨범커버를 디자인하고, Pyrex로 전례없는 열풍을 불러일으키던, 루이비통을 전담할 만한 가능성이 있는지를 두고 모두가 의심할 때 아름다운 컬렉션을 가지고 왔던 버질아블로를 떠올리며. 피날레가 시작되자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는 칸예의 모습은 오랜 작업적 동료이자 뮤즈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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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7/EDITOR S